경남형 평생교육 거점대학: 성인학습자의 두 번째 진로를 누가 설계할 것인가
오늘의 핵심
한국대학신문은 7월 31일 경남대학교 RISE사업단이 경상남도인재평생교육진흥원, 경상국립대, 국립창원대, 영산대와 함께 ‘경상남도 평생교육 거점대학 육성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1 경상국립대도 7월 28일 같은 협약을 공식 소식으로 공개했다.2 확인되는 협약의 범위는 성인학습자·재직자·미취업자·경력전환자를 위한 평생직업교육 과정 공동 연구·개발, 학위·비학위 연계 교육과정, 직무중심·모듈형 교육과정, 마이크로디그리, 찾아가는 평생교육, 취·창업 및 경력관리 지원체계까지 꽤 넓다.
이 글에서 보려는 것은 “여러 기관이 협약했다”는 행사용 문장이 아니다. 대학컨설팅 관점에서 중요한 신호는 ANCHOR(RISE) 안에서 평생교육이 복지성 강좌를 넘어 지역 산업과 성인 경력 전환을 연결하는 대학 운영모델로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지역대학의 경쟁력은 18세 신입생 모집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미 일하고 있거나, 일을 바꾸려 하거나, 지역 안에서 다시 배워야 하는 사람에게 두 번째 진로 경로를 설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왜 대학전략 관점에서 중요한가
RISE 이후 지역대학 정책은 대학 단독 사업보다 지역 단위의 실행체계를 더 강하게 요구한다. 경남형 평생교육 거점대학 협약도 이 흐름 안에 있다. 경상국립대 공식 소식은 이번 협약이 경상남도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의 단위과제인 ‘평생교육 거점대학 육성’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목표도 분명하다. 성인학습자·재직자·미취업자·경력전환자를 위한 학위·비학위 연계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기초지자체와 연계한 평생교육을 확산해 지역정주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다.
여기서 대학전략의 질문은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몇 개 열 것인가”가 아니다. 질문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지역 산업이 요구하는 직무 변화는 무엇인가. 성인학습자는 어느 시간대와 어떤 방식으로 배울 수 있는가. 기존 학위 과정과 비학위 과정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학습 이력은 어떤 시스템에 남고, 그 이력이 취업·창업·전직·승진으로 어떻게 읽히는가. 이 네 가지가 연결되지 않으면 평생교육은 좋은 강좌 목록에 머문다.
또 하나의 의미는 거점대학의 역할이 바뀐다는 점이다. 거점대학은 더 이상 큰 캠퍼스와 많은 전공을 가진 대학만을 뜻하지 않는다. 지역의 성인학습 수요를 진단하고, 여러 대학의 특성화 분야를 묶고, 지자체·산업체·평생교육기관의 데이터를 연결하는 [[교육 플랫폼 거버넌스]]를 맡을 때 비로소 거점이 된다. 경남 사례는 이 역할을 시험하는 초기 신호로 볼 만하다.
정책·교육과정·지역연계 포인트
첫째, 학위와 비학위의 경계가 흐려진다. 협약 내용에는 대학별 특성화 분야를 기반으로 한 학위·비학위 연계 교육과정 개발이 들어 있다. 이 문장은 중요하다. 성인학습자에게 4년제 학위 전체를 다시 시작하라고 요구하면 참여 장벽이 높다. 반대로 짧은 특강만 반복하면 경력 신호가 약하다. 대학은 짧은 모듈, 자격·인증, 학점 인정, 전공 심화, 대학원·재직자 과정으로 이어지는 평생직업교육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
둘째, 배움온과 대학 학습이력관리시스템의 연계가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 경상국립대는 각 기관이 경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의 온라인 평생학습 강좌 플랫폼 ‘배움온’과 대학 평생학습이력관리시스템을 연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목은 단순한 시스템 연동이 아니다. 학습자가 어떤 강좌를 들었는지, 어떤 직무역량을 확보했는지, 이후 어떤 취업·전직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누적하는 [[학습이력관리]]의 출발점이다.
셋째, 마이크로디그리는 ‘작은 학위’가 아니라 지역 직무 언어로 번역되어야 한다. 직무중심·모듈형 교육과정과 마이크로디그리 공동 개발이 실제 효과를 내려면 대학 내부의 과목명보다 기업과 현장이 이해하는 역량 단위로 설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제조 품질관리, 스마트팩토리 데이터, 돌봄 서비스 운영, 지역 관광콘텐츠, 공공서비스 행정 같은 단위가 학생의 학생 포트폴리오 안에서 보이면 성인학습자도 자신의 다음 경력과 연결해 읽을 수 있다.
넷째, 찾아가는 평생교육은 지역정주 정책과 연결되어야 한다. 찾아가는 강좌는 접근성 확대라는 점에서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전략이 되기 어렵다. 어떤 시·군에서 어떤 산업·인구·고용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어떤 대학의 전공 역량과 연결할 것인지가 먼저다. 그래야 평생교육이 여가 강좌가 아니라 지역산업 연계와 생활권 유지의 장치가 된다.
학생·학부모가 확인할 것
이 이슈는 대학 운영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대학을 보는 기준을 바꾼다. 앞으로 좋은 대학은 입학 전 홍보 문구보다 입학 후와 졸업 후의 학습 경로를 더 잘 설명해야 한다. 특히 지역대학을 볼 때는 “취업률이 몇 퍼센트인가”만 묻기보다, 재학 중 프로젝트와 현장실습이 지역 산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졸업 뒤에도 재직자 교육이나 전직 교육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성인학습자나 재직자라면 더 직접적이다. 평생교육 거점대학 프로그램을 볼 때는 강좌명보다 세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첫째, 수료 결과가 학점·자격·마이크로디그리·포트폴리오 중 무엇으로 남는가. 둘째, 교육과정이 실제 지역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직무 수요와 연결되어 있는가. 셋째, 수료 이후 취업, 창업, 전직, 경력관리 상담이 이어지는가. 이 세 가지가 없으면 좋은 강좌를 들었지만 경력으로 번역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학부모 입장에서도 평생교육은 자녀와 무관한 별도 사업이 아니다. 대학이 성인학습자와 재직자 교육을 잘 설계한다는 것은 그 대학이 지역기업, 지자체, 산업 변화를 계속 읽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대학일수록 학부 과정에서도 현장 프로젝트, 비교과, 졸업 후 재교육 경로를 설계할 가능성이 높다.
대학컨설팅 관점에서 보는 전략
필자의 대학컨설팅 관점에서 경남형 평생교육 거점대학 협약은 세 가지 실행 질문을 남긴다.
첫째, 공동 추진체계의 책임 단위가 분명한가. 여러 대학과 기관이 참여하는 협약은 쉽게 느슨해진다. 주관대학 협의체, RISE센터, 경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 각 대학 평생교육원과 사업단이 어떤 의사결정 권한을 갖는지 정리해야 한다. 공동 교육과정을 만든다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수요조사를 하고, 누가 교과 품질을 관리하며, 누가 성과를 평가하는지다.
둘째, 성과지표가 학습자 경로를 따라가는가. 참여자 수, 강좌 수, 협약 기관 수는 기본 지표일 뿐이다. 전략지표는 성인학습자의 이수 지속률, 직무 전환 성공률, 재직자 승진·전직 사례, 지역기업 재참여율, 학위·비학위 간 전환율, 지역 내 취업 지속기간 같은 실행지표여야 한다. 특히 학습 이력과 취·창업 데이터를 연결하지 못하면 성과는 홍보 문장으로만 남는다.
셋째, 성과가 다음 교육과정 설계로 돌아오는가. 어느 모듈이 성인학습자에게 실제 도움이 됐는지, 어느 산업 분야에서 수요가 빠르게 바뀌는지, 어느 시·군에서 찾아가는 교육이 효과가 있었는지를 분석해 다음 학기 교과와 비교과에 반영해야 한다. 이 과정이 성과환류다. 평생교육 거점대학의 지속성은 예산 규모보다 성과환류의 정교함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경남형 평생교육 거점대학의 의미는 평생교육을 대학의 주변 업무에서 핵심 운영모델로 끌어올리는 데 있다. 지역대학은 이제 청년 입학자만 기다리는 기관이 아니라 지역 안의 여러 생애주기 학습자를 다시 연결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 성인학습자의 두 번째 진로를 누가 설계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대학이 다음 지역 고등교육의 거점이 된다.
확인한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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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경남대 RISE사업단, 경상남도 평생교육 거점대학 육성 업무협약 체결」, 2026.07.31.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954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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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국립대학교 GNU 포커스, 「앵커(RISE)사업단, 본교 등 경남 4개 대학, 평생교육 거점대학 공동 육성 협약」, 2026.07.28. https://www.gnu.ac.kr/main/na/ntt/selectNttInfo.do?mi=1289&nttSn=78861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