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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대학·기업이 같이 인재를 키운다는 말

교육부가 9월 8일 발표한 ANCHOR(RISE) 후속 자료는 단순한 재정지원 사업 공지가 아니다. 제목은 “지방정부-대학-기업 손잡고 인재 기른다”지만, 필자의 대학컨설팅 관점에서 보면 더 중요한 문장은 따로 있다. 지역이 대학을 직접 기획·운영하고, 그 결과를 성과 기반으로 다시 배분한다는 구조다.

앵커 초광역 성장엔진 인재육성사업의 핵심 신호를 정리한 커버 이미지
자체 제작 전략 이미지. 교육부 2026년 9월 8일 보도자료와 첨부자료의 주요 수치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오늘의 핵심

교육부는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의 초광역 성장엔진 인재육성사업에서 6개 모델을 선정했다. 선정 모델은 경남대, 국립금오공대, 고려대 세종캠퍼스, 국립목포대, 우석대, 단국대를 주관대학으로 하며 제조 AX·AI로봇, 반도체, 재생에너지, 수소·피지컬AI, AI 기반 첨단바이오 같은 지역 성장엔진 분야를 다룬다. 발표자료는 4년간 모델당 최대 600억 원, 2030년까지 약 1.4만 명의 지역인재 양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동시에 교육부는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1차 연차점검 결과도 공개했다. 광주·부산·충남은 S등급, 강원·경기·경남·대전·울산은 A등급, 경북·대구·인천·전남·제주는 B등급, 서울·세종·전북·충북은 C등급으로 분류됐다. 이 결과를 토대로 약 4,000억 원의 성과예산이 차등 배분될 예정이다.

숫자만 보면 “어느 지역이 더 받느냐”가 먼저 보인다. 그러나 대학전략 관점의 핵심은 따로 있다. 앞으로 지역대학 사업은 계획서의 언어보다 실행지표성과환류의 구조로 평가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왜 대학전략 관점에서 중요한가

RISE 이후 대학은 더 이상 중앙부처 공모만 바라보는 단일 플레이어가 아니다. 지방정부, 산업계, 혁신기관과 함께 지역 전략을 설계하는 운영조직이 되어야 한다. 이번 앵커 발표가 중요한 이유는 그 변화를 “초광역 산업권”과 “성과예산”이라는 두 장치로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첫째, 인재양성 단위가 행정구역에서 산업권으로 옮겨간다. 예를 들어 경남-인천-강원 모델은 제조 AX와 AI로봇을 묶고, 경북-대구 모델은 반도체 첨단소재부품과 AI 제조로봇을 묶는다. 대학 입장에서는 학과 하나를 신설하는 문제가 아니다. 여러 지역의 대학, 기업, 지자체가 교육과정·현장실습·연구·기술사업화·취창업 지원을 한 패키지로 엮어야 한다.

둘째, “성과가 난 지역에 더 배분한다”는 메시지가 분명해졌다. 교육부 첨부자료는 우수 사례로 지자체-센터-대학 협력체계 활용, 대학 간 경쟁을 유도한 공모체계, 지역 특화 계약학과, 기술사업화, 산업현장 연계 지역현안 해결, 대학 유형별 맞춤형 컨설팅과 차등 성과관리를 들었다. 반대로 미흡 사례로는 실질적 소통 부족, 선정 기준 불명확, 단위과제와 대학 간 정합성 부족, 자율성과지표 편차, 프로젝트의 분절적 관리 우려를 제시했다.

이 목록은 대학에 꽤 직접적인 체크리스트다. “좋은 사업을 많이 한다”가 아니라, 사업 사이의 연결 구조를 설명해야 한다. 지역산업 연계가 교육과정 안으로 들어오고, 교육과정이 학생 포트폴리오와 취업 경로로 이어지며, 그 결과가 지역정주와 산업 성과로 되돌아오는지 보여줘야 한다.

정책·교육과정·지역연계 포인트

이번 발표에서 대학이 특히 봐야 할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교육과정은 더 작고 빠른 단위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반도체, 피지컬AI, 제조 AX, 첨단바이오 같은 분야는 4년제 정규학과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전공 트랙, 단기 집중이수, 기업 과제 기반 수업, 마이크로디그리, 계약학과, 재직자 과정이 한 묶음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대학이 “학과 개편”만 말하면 늦고, “학생이 어떤 역량 증거를 쌓는가”를 말해야 한다.

둘째, 산학협력은 행사와 MOU를 넘어 운영체계가 되어야 한다. 발표자료는 메가존, 유한양행, SK하이닉스 등 기업과의 중장기 협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업 이름 자체가 아니라 기업 수요가 과목, 프로젝트, 인턴십, 채용, 연구과제에 어떻게 번역되는가다. 대학은 기업을 초청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기업이 학생의 결과물을 평가하고 다시 교육과정 개선에 참여하는 산학협력 루프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지역정주는 구호가 아니라 경로 설계다. 지역에서 배우고 지역기업의 핵심 인재로 성장한다는 문장은 아름답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훨씬 구체적이어야 한다. 어떤 기업군이 있고, 어떤 직무가 열리며, 어떤 프로젝트 경험이 이력서가 되고, 졸업 후 첫 3년의 성장 경로가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되어야 한다. 지역대학의 전략은 결국 학생에게 “여기서 배워도 커리어가 열린다”는 증거를 제공하는 일이다.

학생·학부모가 확인할 것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이 발표는 의미가 있다. 다만 “어느 대학이 선정됐으니 무조건 좋다”로 읽으면 곤란하다. 정책사업 선정은 출발점이지, 개별 학생의 학습 경험을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확인할 것은 네 가지다. 첫째, 해당 대학이 사업명을 홈페이지에 걸어두는 수준을 넘어 실제 교과목과 비교과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있는가. 둘째, 참여 기업과 직무가 학생 눈높이에서 설명되어 있는가. 셋째, 현장실습·캡스톤·프로젝트 결과물이 포트폴리오로 남는 구조인가. 넷째, 졸업생 취업처와 지역 내 성장 경로가 반복적으로 공개되는가.

특히 지역대학을 볼 때는 입결보다 “학습-현장-취업”의 연결을 봐야 한다. 같은 전공명이라도 어떤 대학은 강의실 중심이고, 어떤 대학은 기업 문제를 수업 안으로 끌어온다. 같은 AI 전공이라도 어떤 곳은 코딩 과목 나열이고, 어떤 곳은 지역 제조·바이오·에너지 문제를 데이터와 모델로 풀게 한다. 차이는 홍보문구보다 운영모델에서 난다.

대학컨설팅 관점에서 보는 전략

대학이 이번 흐름에 대응하려면 사업계획서를 더 화려하게 쓰는 것보다 먼저 내부 운영표를 바꿔야 한다. 필자는 최소한 다음 다섯 가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본다.

  1. 지역산업 수요가 학과·전공·교과목 단위까지 내려와 있는가.
  2. 참여 기업이 자문위원 명단이 아니라 수업, 프로젝트, 평가, 채용 경로에 실제로 들어와 있는가.
  3. 학생 성과가 학점뿐 아니라 포트폴리오, 자격, 프로젝트 산출물, 현장평가로 축적되는가.
  4. 대학 내부의 단과대학·학과·센터·산학협력단이 같은 지표를 보고 움직이는가.
  5. 지자체와 대학이 연차점검 이후 재구조화 계획을 공개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이번 발표의 본질은 “돈을 받은 대학”의 명단이 아니다. 본질은 대학이 지역산업의 언어를 교육과정의 언어로 번역하고, 다시 학생의 커리어 언어로 바꾸는 능력이다. 그 번역 능력이 약하면 사업은 여러 개여도 학생에게는 흩어진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반대로 그 능력이 강하면 대학은 지역의 공유대학이나 공동캠퍼스 없이도 실질적인 학습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결국 앵커와 RISE는 대학에 이렇게 묻고 있다. “당신의 대학은 지역의 어떤 문제를 교육과정으로 바꾸고 있는가. 그리고 그 결과를 학생의 커리어와 지역의 성장으로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대학이 앞으로의 지역대학 전략에서 앞서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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