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규제완화의 핵심은 ‘자율’이 아니라 실행 구조다
오늘의 핵심
교육부는 2026년 7월 14일 「고등교육법 시행령」 및 「지방대육성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1 바로 다음 날에는 제26차 대학규제합리화위원회를 열어 교지·교사 임차 범위 확대, 첨단분야 우수 인재의 정년 후 국·공립대 비전임교원 임용, 국립대 산학협력단 입찰보증금 면제 등 현장 제안 과제를 논의했다.2
겉으로는 “규제를 풀어 대학 자율성을 높인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대학컨설팅 관점에서 보면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대학은 새로 생기는 자율을 실제 교육과정, 공간, 인사, 산학협력, 지역성과의 운영 구조로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번 변화의 키워드는 세 가지다. 첫째, ANCHOR(RISE)와 RISE가 지방정부·중앙정부·대학의 공동 운영체계로 구체화된다. 둘째, 지역 맞춤형 [[규제특례]]와 교지·교사 임차 범위 확대가 대학의 공간 전략을 흔든다. 셋째, 평가, 결과 공개, 예산 차등배분이 연결되는 성과환류 구조가 더 명확해진다. 이제 대학의 과제는 “규제가 완화됐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율을 받았으면, 자율을 운영할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줘야 한다.
왜 대학전략 관점에서 중요한가
지금까지 대학 규제 논의는 종종 두 방향으로 갈라졌다. 한쪽은 “규제가 너무 많아 대학이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고, 다른 한쪽은 “자율을 주면 책임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둘 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핵심은 규제완화 그 자체가 아니라 자율과 책임을 동시에 담는 실행 설계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지역성장 인재양성, 즉 앵커 관련 심의위원회와 지원기관을 시도와 교육부에 두도록 하면서, 시도 단위의 지역혁신대학지원위원회와 초광역협업지원위원회 구성을 구체화했다. 특히 시도 위원회에는 교육감이 당연직으로 들어가고, 대학 총장 등 교육 전문가가 일정 비율 이상 참여하도록 했다. 지방정부가 계획을 만들고, 대학이 참여하고, 중앙정부가 지원전략을 세우는 구조가 제도 문장으로 내려온 것이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지역대학 전략의 무게중심이 “사업비 확보”에서 “지역 운영모델 설계”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지역혁신대학지원위원회]]가 실제로 작동한다면 대학은 더 이상 개별 사업단의 성과만 말할 수 없다. 지자체 산업정책, 교육청 인재정책, 대학 교육과정, 기업 수요, 학생의 취업·정주 경로를 한 테이블에서 설명해야 한다.
정책·교육과정·지역연계 포인트
첫째, 앵커와 RISE는 지역산업 연계를 더 정교하게 요구한다. 시행령은 시도 경계를 넘는 산업·경제권 단위 인재양성을 위해 초광역협업지원위원회 절차도 담았다. 이는 광역행정구역 하나로는 설명되지 않는 산업권, 생활권, 통학권을 대학전략 안에 넣으라는 신호다. 예를 들어 반도체, 바이오, 로봇, 에너지, 관광처럼 권역을 넘나드는 산업은 한 대학 단독 홍보로 풀기 어렵다. 공동 교육과정, 공동 실습기관, 공동 성과지표가 필요하다.
둘째, 교지·교사 임차 범위 확대 논의는 단순 시설 문제가 아니다. 교육부 보도자료는 현재 대학이 교지 또는 교사를 임차할 때 교지 경계선 20㎞ 이내이면서 동일 시군구에 위치하도록 한 기준이 생활권과 교통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현장 의견을 설명했다. 앞으로 광역지자체 범위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면, 대학은 외부 캠퍼스, 공유 실습공간, 기업 연계 교육장, 지역 거점 학습공간을 더 적극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건물 확보가 아니라 [[공유캠퍼스]] 운영 원칙이다.
셋째, 첨단분야 우수 인재의 정년 후 비전임교원 임용 논의는 [[첨단분야 인재양성]]과 연결된다. AI,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처럼 기술 변화가 빠른 분야에서는 정년 기준만으로 연구자·교육자를 끊어내기 어렵다. 다만 대학은 이를 “유명 인사 초빙”으로만 쓰면 안 된다. 어떤 교과목, 어떤 연구실, 어떤 기업 프로젝트, 어떤 대학원·학부 연계에 투입할지까지 설계해야 한다.
넷째, 국립대 산학협력단 입찰보증금 면제 추진은 작아 보이지만 운영상 의미가 있다. 산학협력단이 반복적인 보증금 부담과 행정업무를 줄일 수 있다면, 현장 프로젝트 계약 속도와 행정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행정 간소화가 성과로 이어지려면 산학협력의 내부 프로세스도 바뀌어야 한다. 계약이 빨라졌는지, 기업 참여가 늘었는지, 학생 현장 프로젝트가 늘었는지, 후속 고용과 기술사업화로 이어졌는지를 봐야 한다.
학생·학부모가 확인할 것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이 변화는 남의 일이 아니다. 다만 “규제가 풀리니 대학이 좋아진다” 정도로 읽으면 너무 추상적이다. 확인해야 할 것은 대학이 자율을 학생 경험으로 번역하는 방식이다.
먼저 지역대학을 볼 때는 RISE나 앵커라는 이름이 붙었는지보다, 그 사업이 학생의 전공·프로젝트·현장실습·취업 경로와 연결되는지 봐야 한다. 지역혁신위원회가 있어도 학생에게 보이는 것은 결국 수업, 지도교수, 실습기관, 포트폴리오, 채용연계다. 좋은 대학은 정책사업 이름을 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학생 포트폴리오 경로로 바꿔 설명한다.
다음으로 캠퍼스 밖 교육공간이 늘어날 때는 접근성과 품질을 확인해야 한다. 외부 교육장이 산업현장과 가까워지는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이동시간, 수업 운영 안정성, 실습 장비, 안전관리, 학점 인정, 상담 체계가 중요하다. 공간 확장은 학생 경험의 확장이 되어야지, 행정상 분산으로 끝나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첨단분야 교원·전문가 활용은 이름값보다 지속성이 중요하다. 정년 후 비전임교원이나 외부 전문가가 들어온다면, 일회성 특강인지, 정규 교과인지, 프로젝트 지도인지, 연구·취업 네트워크까지 이어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학컨설팅 관점에서 보는 전략
필자의 대학컨설팅 관점에서 이번 정책 신호는 대학에 네 가지 숙제를 던진다.
첫째, 자율을 받을 영역을 먼저 정해야 한다. 모든 규제완화가 모든 대학에 같은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어떤 대학에는 캠퍼스 공간 유연성이 중요하고, 어떤 대학에는 첨단분야 교원 확보가 중요하며, 어떤 대학에는 산학협력 계약 속도가 더 중요하다. 대학은 자기 전략의 병목이 무엇인지 먼저 진단해야 한다.
둘째, 위원회와 사업단을 운영모델로 묶어야 한다. RISE, 앵커, 대학혁신지원사업, 산학협력단, 취업지원, 교육과정위원회가 따로 움직이면 규제완화 효과는 흩어진다. 지역혁신대학지원위원회에서 합의된 방향이 대학 내부 교육과정 개편, 교원 배치, 예산 배분, 학생 지원으로 내려오는 연결선이 있어야 한다.
셋째, 성과지표를 홍보지표와 분리해야 한다. 보도자료에 쓰기 좋은 지표와 대학경영에 필요한 지표는 다르다. 운영 관점에서는 규제특례 신청 건수보다 특례 이후 교육과정 개설 속도, 학생 참여율, 기업 프로젝트 수, 취업·정주 전환율, 예산 대비 성과, 실패 사례의 수정 이력이 더 중요하다. 이때 실행지표가 없으면 자율은 설명되지 않는다.
넷째, 규제완화를 책임의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 대학 자율성은 “마음대로 하겠다”가 아니라 “더 빠르게 실험하되, 결과를 공개하고 수정하겠다”에 가깝다. 시행령이 평가, 결과 공개, 예산 차등배분의 순환구조를 명확히 했다는 점은 이 메시지를 분명하게 만든다. 앞으로 좋은 대학전략은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자율을 어떻게 측정하고 고칠지까지 보여주는 전략이 될 것이다.
결국 이번 규제개선 논의는 대학에 기회이면서 테스트다. 자율을 받은 대학은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더 빨리 움직인다는 것은 더 빨리 배운다는 뜻이어야 한다. 대학전략의 경쟁력은 규제의 빈칸이 아니라, 그 빈칸을 교육과정·공간·인사·산학협력·성과환류로 채우는 실행 능력에서 갈린다.
확인한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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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고등교육법 시행령」 및 「지방대육성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국무회의 통과」, 2026.07.14. https://www.moe.go.kr/boardCnts/viewRenew.do?boardID=294&boardSeq=106688&lev=0&searchType=null&statusYN=W&page=1&s=moe&m=020402&opTyp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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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대학의 교육연구 혁신을 뒷받침하는 현장 밀착형 규제 개선 추진」, 2026.07.15. https://www.moe.go.kr/boardCnts/viewRenew.do?boardID=294&boardSeq=106696&lev=0&searchType=null&statusYN=W&page=1&s=moe&m=020402&opTyp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