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AI를 쓰는데, 왜 점수는 떨어질까
학생은 AI를 쓰는데, 왜 점수는 떨어질까
학생은 AI를 쓴다.
이제 이 문장은 새롭지 않다. 과제를 쓸 때도, 모르는 개념을 물을 때도, 발표 자료를 만들 때도, 코드를 짤 때도 학생들은 AI를 쓴다.
그래서 교육기관의 질문도 바뀌었다.
처음에는 “학생이 AI를 써도 되는가”였다. 이제는 “AI를 쓰는 학생이 정말 더 잘 배우는가”를 물어야 한다.
최근 OECD PISA 관련 보도는 이 질문에 꽤 불편한 신호를 던진다.1
보도에 따르면 AI를 글쓰기 과제에 거의 매일 사용하는 학생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학생보다 과학 점수가 낮았다. 사회경제적 배경을 보정한 뒤에도 28점 차이가 났고, 이는 약 1년 반의 학습량에 해당한다고 설명됐다.1
이 숫자만 보면 결론은 쉬워 보인다.
AI를 쓰면 공부를 못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읽으면 안 된다.
같은 보도는 다른 신호도 함께 보여준다. AI를 일주일에 한두 번, 학습을 돕는 방식으로 쓰는 학생은 더 좋은 성과를 보일 수 있었다. 또 AI가 만든 정보를 평가하도록 수업에서 훈련받은 학생은 매일 AI를 쓰더라도 점수 차이가 줄었다.1
문제는 AI 사용 여부가 아니다.
AI를 사고의 대체재로 쓰는가, 사고의 훈련 도구로 쓰는가다.
매일 쓰는데 점수가 떨어지는 이유
AI는 편하다.
모르는 개념을 바로 설명해준다. 긴 글을 요약한다. 초안을 만들어준다. 영어 문장을 고쳐준다. 수학 문제 풀이 방향도 알려준다.
이 편리함은 분명 학습을 도울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학생이 해야 할 어려운 인지 과정을 대신 가져갈 수도 있다.
문제를 읽고 이해하기
핵심 개념을 찾기
근거를 비교하기
문장을 직접 구성하기
틀린 답을 고치기
자기 생각을 정리하기
이 과정은 느리고 귀찮다. 하지만 바로 그 느리고 귀찮은 과정이 학습이다.
AI가 이 과정을 너무 빨리 대신하면 학생은 결과물을 얻지만 경험을 잃을 수 있다.
이를 흔히 cognitive offloading, 인지적 외주화라고 부른다. 어려운 사고를 기술에 넘기는 것이다. 계산기를 쓰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듯 AI 사용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아직 머릿속에서 만들어져야 할 사고 근육까지 외주화하면 학습은 약해진다.
AI 금지는 답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AI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답일까.
단기적으로는 시험 부정행위를 줄일 수 있다. 어린 학생에게 무분별한 사용을 막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여러 학교와 교육청은 연령별 제한, 챗봇 차단, 감독하의 파일럿 같은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AI를 완전히 막는 전략은 오래가기 어렵다.
학생들은 학교 밖에서 AI를 쓴다. 대학과 직장은 AI를 쓰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기업은 이미 문서 작성, 리서치, 코딩, 데이터 분석, 고객 응대에 AI를 넣고 있다. 대학도 ChatGPT Edu, Gemini for Education, Microsoft 365 Copilot 같은 도구를 전면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2
따라서 교육의 목표는 AI 없는 공간을 영원히 지키는 것이 아니다.
AI를 쓰면서도 생각을 잃지 않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좋은 AI 교육은 사용량을 줄이는 교육이 아니다
PISA 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많이 쓰면 나쁘다”가 아니다.
AI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도록 배운 학생은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1
이 말은 교육과정 설계에 직접 연결된다.
학생에게 단순히 AI 사용을 허락하거나 금지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과제 안에서 AI가 맡을 수 있는 역할과 학생이 반드시 해야 할 역할을 나눠야 한다.
예를 들어 글쓰기 과제를 보자.
자료 탐색: AI 사용 가능
출처 확인: 학생 본인 수행 필수
주장 구성: 학생 초안 우선
반론 탐색: AI 사용 가능
최종 문장: 학생 책임
AI 사용 내역: 제출 시 기록
이렇게 설계하면 AI는 사고를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고를 압박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학생이 AI 답변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AI 답변의 오류를 찾고, 더 나은 근거를 요구하고, 자신의 판단으로 고치는 과정을 평가해야 한다.
AI 리터러시는 프롬프트를 예쁘게 쓰는 능력이 아니다. AI 결과를 의심하고, 근거를 확인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낼 수 있는지 판단하는 능력이다.
강의계획서에는 AI 사용 조건이 들어가야 한다
앞으로 좋은 강의계획서는 “AI 사용 금지” 한 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UNSW는 OpenAI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하면서 AI 평가에 대해 Can, Can’t, Must 프레임워크를 사용한다고 밝혔다.2
Can: 이 과제에서는 AI를 이런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Can't: 이 단계에서는 AI를 사용하면 안 된다.
Must: 이 과제에서는 AI를 반드시 사용하고 그 결과를 비판적으로 다뤄야 한다.
이 프레임이 좋은 이유는 AI를 허용/금지의 이분법에서 꺼내기 때문이다.
학습성과에 따라 AI의 역할은 달라져야 한다.
개념 이해를 평가하는 과제라면 AI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자료 비교와 비판적 사고를 평가하는 과제라면 AI 답변을 일부러 제시하고 오류를 찾게 할 수 있다. 직무 역량을 평가하는 프로젝트라면 AI를 반드시 사용하게 하되, 사용 과정과 검증 기록을 함께 제출하게 할 수 있다.
교육과정 개편은 이제 내용만 바꾸는 일이 아니다. AI가 들어온 학습 환경에서 무엇을 학생이 직접 해야 하고, 무엇을 도구와 함께 해야 하는지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대학컨설팅 관점: AI 정책은 평가 정책이다
대학에서 AI 정책을 만들 때 흔히 정보보안이나 부정행위 방지부터 생각한다.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기관에서 AI 정책의 중심은 평가여야 한다.
평가가 바뀌지 않으면 수업은 바뀌지 않는다. 수업이 바뀌지 않으면 AI 사용은 음성화된다. 학생은 몰래 쓰고, 교수는 적발하려 하고, 학교는 탐지 도구를 산다. 이 구조는 오래가지 않는다.
대학컨설팅 관점에서 보면 필요한 것은 AI 탐지 도구가 아니라 평가 운영 모델이다.
학습성과별 AI 사용 기준
과제 유형별 사용 가능 단계
AI 사용 기록 양식
출처와 근거 검증 기준
구술·과정평가·포트폴리오 결합
교수자 피드백 방식
학과별 전공 특성 반영
이런 기준이 있어야 학생도 교수도 같은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다.
학생은 ChatGPT를 쓰고, 교수는 Codex로 수업을 다시 짠다에서 말했듯, 질문은 “학생이 ChatGPT를 써도 되는가”에서 멈추면 안 된다. AI가 있는 상태에서 수업과 평가를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로 이동해야 한다.
결론: AI를 평가하게 가르쳐야 한다
학생이 AI를 쓰는데 점수가 떨어진다면, 답은 단순한 금지가 아니다.
금지만 하면 학생은 숨어서 쓴다. 방치하면 학생은 생각을 외주화한다.
필요한 것은 세 번째 길이다.
AI를 쓰게 하되, AI를 평가하게 가르치는 것.
AI 답변을 그대로 제출하는 학생이 아니라, AI 답변의 약점을 찾고, 근거를 확인하고, 자기 판단으로 고치는 학생을 길러야 한다.
AI를 금지하는 학교와 AI를 방치하는 학교 사이에, AI를 평가하게 가르치는 학교가 필요하다.
그 차이가 앞으로 교육기관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참고자료
-
The Star / Bloomberg, “School students who use AI get worse test scores, OECD warns”, 2026. https://www.thestar.com.my/tech/tech-news/2026/09/09/school-students-who-use-ai-get-worse-test-scores-oecd-warns ↩ ↩2 ↩3 ↩4
-
Mirage News, “UNSW Partners With OpenAI To Support First Generation Of AI Natives In Workforce”, 2026. https://www.miragenews.com/unsw-partners-with-openai-to-support-first-1740773/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