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E의 다음 질문: 대학은 지역의 마지막 1마일을 운영할 수 있는가
오늘의 핵심
최근 며칠 사이 지역대학 뉴스에서 같은 신호가 반복된다. 서원대는 충북 RISE 사업의 핵심 과제로 읍면동 평생학습센터 백년서원을 올해 45개소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33개소에서 12개소가 늘었고, 전문강사 110여 명과 학습매니저 23명을 양성했으며, 인문학·문화예술, 공예·생활기술, AI·디지털, 학력·자격 취득 등 90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모집하고 있다고 밝혔다.1
우송대는 대전 중구, 중구의사회,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중부지사 등과 민·관·학 공동협력 협약을 맺었다. 우송대 바이오헬스 혁신융합대학사업단과 산학협력단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지역 어르신 건강 돌봄과 연결하겠다고 설명했다.2 호원대는 전북 앵커, 즉 구 RISE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축제 참여 청년역량강화 프로젝트 성과워크숍을 열고 군산시·군장대 등 관계기관과 보완 방향을 논의했다.3
각각은 작은 지역 소식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학컨설팅 관점에서 보면 세 사례는 같은 질문으로 묶인다. RISE 이후 대학은 지역의 마지막 1마일을 실제로 운영할 수 있는가. 정책사업 계획서와 협약식은 출발점일 뿐이다. 주민이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학생이 현장에서 역할을 맡고, 지자체와 기관이 데이터를 공유하고, 그 결과가 다음 교육과정과 예산 배분으로 돌아오는 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
왜 대학전략 관점에서 중요한가
RISE 이전의 산학협력은 종종 대학 캠퍼스 안쪽에서 설명됐다. 연구과제, 가족회사, 현장실습, 취업률, 창업동아리처럼 대학이 보유한 제도와 실적을 중심으로 말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이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가 본격화되면 대학의 경쟁력은 캠퍼스 안 자산만으로 평가되기 어렵다.
지역이 체감하는 대학은 더 구체적이다. 우리 동네에서 배울 수 있는가, 우리 어르신의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가, 우리 축제와 산업 현장에 청년이 참여하는가, 우리 기업이 필요한 역량을 갖춘 학생을 만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그래서 RISE의 실행 국면에서는 대학이 정책사업 수주기관에서 지역 서비스 운영자로 이동한다.
이 변화는 대학경영에 부담이기도 하다. 마지막 1마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프로그램 장소가 분산되고, 참여자 연령과 수준이 다르고, 지자체·복지기관·의료기관·기업의 일정이 맞지 않으며, 성과 데이터도 흩어진다. 대학이 이 복잡성을 관리하지 못하면 지역연계 사업은 행사 사진과 보도자료는 남기지만, 학생의 학습경로와 지역의 문제 해결에는 깊게 남지 못한다.
정책·교육과정·지역연계 포인트
첫째, 평생교육은 대학의 주변 사업이 아니라 지역 접점 전략이 되고 있다. 서원대 백년서원 사례에서 눈에 띄는 것은 45개소라는 숫자보다 학습 거점을 읍면동 단위로 넓혔다는 점이다. 지역 주민은 대학 본관까지 오지 않는다. 대학이 주민 생활권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때 대학은 강사 파견만 할 것이 아니라 학습매니저, 수요조사, 출석·이수 데이터, 후속 프로그램 추천까지 운영해야 한다.
둘째, 바이오헬스와 돌봄은 산학협력의 폭을 넓힌다. 우송대 협약은 기업 취업 연계만이 산학협력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의료기관, 공공보험기관, 지자체, 대학 사업단이 함께 주민 건강관리 서비스를 설계하면 학생에게는 현장 기반 학습이 되고, 지역에는 돌봄 인프라가 된다. 다만 건강 데이터와 개인정보, 측정 장비의 신뢰성, 전문인력 감독체계는 반드시 함께 설계해야 한다.
셋째, 청년역량강화 사업은 단순 봉사활동으로 끝나면 약하다. 호원대의 지역축제 참여형 프로젝트는 로코노미, 문화콘텐츠, 공연미디어, 지역관광을 연결할 수 있는 소재다. 중요한 것은 학생이 무엇을 수행했고, 어떤 피드백을 받았고, 그 경험이 어떤 학생 포트폴리오로 남았는가다. 영상·앨범 전시와 성과워크숍은 출발점이다. 다음 단계는 참여 학생의 역할기술서, 역량 루브릭, 지역기관 재참여율, 취업·창업 연결까지 추적하는 것이다.
넷째, 세 사례 모두 성과환류가 핵심이다. RISE 사업은 1년짜리 이벤트가 아니다. 올해 운영한 45개 학습거점 중 어느 곳이 왜 잘 작동했는지, 건강관리 프로그램에서 어떤 연령·지역·서비스 조합이 효과적이었는지, 축제 참여 프로젝트가 학생 역량과 지역기관 만족도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를 다음 학기 교육과정과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학생·학부모가 확인할 것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이 흐름은 입시 홍보 문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지역연계 프로그램이 많은 대학이 무조건 좋은 대학이라는 뜻은 아니다. 확인해야 할 것은 프로그램이 학생의 전공과 경력 경로에 어떻게 연결되는가다.
첫째, 지역 프로그램 참여가 전공학점, 비교과 마일리지, 캡스톤디자인, 현장실습, 자격과정 중 어디에 연결되는지 봐야 한다. 둘째, 학생이 맡는 역할이 단순 보조인지, 실제 기획·운영·데이터 정리·성과 발표까지 포함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지도교수와 현장기관 멘토가 함께 피드백하는 구조가 있는지 봐야 한다.
특히 RISE형 프로그램은 교육과정과 연결될 때 학생에게 남는다. 백년서원 같은 평생학습 프로그램은 교육학, 상담, 문화예술, AI·디지털 리터러시 전공 학생에게 현장 수업 설계 경험이 될 수 있다. 바이오헬스 건강관리 협력은 보건, 데이터, 복지, 스포츠, 심리 분야 학생에게 융합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지역축제 프로젝트는 공연, 미디어, 관광, 마케팅, 지역문화 전공 학생의 실전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
대학컨설팅 관점에서 보는 전략
필자의 대학컨설팅 관점에서 RISE의 마지막 1마일 전략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대학은 지역 서비스를 프로그램 목록이 아니라 운영체계로 관리해야 한다. 장소, 강사, 학생, 기관, 참여자, 예산, 안전, 개인정보, 홍보, 만족도, 후속학습을 따로 관리하면 현장은 금방 지친다. 사업단이 바뀌어도 작동하는 운영 매뉴얼과 데이터 표준이 필요하다. 이것이 곧 대학의 실행지표다.
둘째, 지역연계는 학생 경력설계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지역 주민에게 좋은 프로그램이 학생에게도 좋은 교육경험이 되려면 역할이 분명해야 한다. 학생은 단순 인력 동원이 아니라 문제정의, 현장운영, 데이터 기록, 결과발표에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사업이 대학의 홍보가 아니라 학생의 성장 증거가 된다.
셋째, 지역정주는 추상적 목표가 아니라 경로 설계의 결과다. 지역에 남으라는 구호만으로 청년은 남지 않는다. 지역 안에서 배울 기회, 일할 기회, 성장할 멘토, 생활 기반을 함께 발견해야 한다. RISE 사업이 평생교육, 건강관리, 지역축제, 산업 프로젝트를 연결할 때 학생은 지역을 행사 참여 장소가 아니라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는 장으로 볼 수 있다.
결국 RISE의 성패는 큰 정책명보다 작은 운영 단위에서 갈린다. 읍면동 학습센터의 출석부, 건강관리 프로그램의 측정 기록, 축제 현장의 역할표, 학생 포트폴리오의 결과물, 지자체와 대학의 다음 회의록이 진짜 전략 문서다. 대학이 이 작은 문서들을 연결할 수 있을 때, RISE는 보조금 사업을 넘어 대학전략이 된다.
확인한 출처
-
한국대학신문, 「서원대, 읍면동 평생학습센터 ‘백년서원’ 올해 45개소 운영 시작」, 2026.07.11.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94639 ↩
-
한국대학신문, 「우송대, 대전광역시 중구와 민·관·학 공동협력 협약 체결」, 2026.07.11.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94641 ↩
-
한국대학신문, 「호원대, 청년역량강화 프로젝트 성과워크숍 개최」, 2026.07.10.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945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