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도 취향이 있다
AI 에이전트도 취향이 있다
AI 에이전트는 객관적인 추천기일까.
같은 코드베이스, 같은 요구사항, 같은 문제를 주면 Claude Code, Codex, Cursor는 같은 결론을 낼까.
Armature가 공개한 실험은 꽤 불편한 답을 준다. 세 코딩 에이전트는 생각보다 자주 다른 선택을 했다.1
이 실험은 16,893회 실행, 1,163개 프롬프트 변형, 75개 저장소, 3개 코딩 에이전트로 구성됐다. 유효한 1차 공개 분석 대상만 해도 5,292개 세션이다.2
결론은 단순하다.
AI 에이전트도 취향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각 에이전트는 다른 탐색 습관, 다른 사전 지식, 다른 위험 회피 방식, 다른 구현 선호를 가진다.
같은 문제, 다른 도구
실험에서 세 에이전트가 같은 도구를 고른 비율은 42%에 그쳤다.2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코딩 에이전트가 단순히 코드를 쓰는 도구를 넘어, 어떤 외부 서비스를 쓸지까지 결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이렇게 요청한다고 하자.
이 앱에서 사용자가 입력한 내용을 다음 접속 때도 남기고 싶어.
사람 개발자라면 데이터베이스, 인증, 호스팅, 비용, 운영 부담을 고려한다. 그런데 이제는 AI 에이전트가 그 선택을 한다.
어떤 에이전트는 Neon을 고른다. 어떤 에이전트는 Supabase를 언급한다. 어떤 에이전트는 자체 구현을 시도한다. 어떤 에이전트는 웹 검색을 하고, 어떤 에이전트는 기존 지식에 더 의존한다.
Armature 분석에 따르면 Codex는 세션의 94%에서 웹 검색을 사용했고, Claude Code는 약 30% 수준으로 더 많이 사전 지식에 의존했다. Claude Code는 자체 구현 비율도 Codex·Cursor보다 높았다.2
이건 단순한 성능 차이가 아니다.
작업 스타일의 차이다.
AI가 고른 도구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
코딩 에이전트가 외부 도구를 고르는 순간, 그 선택은 기술 결정이 된다.
결제는 Stripe인가 PayPal인가.
데이터베이스는 Neon인가 Supabase인가.
이메일은 Resend인가 SendGrid인가 Postmark인가.
배포는 Vercel인가 Render인가.
관측성은 어떤 스택을 쓸 것인가.
이 결정은 나중에 비용, 락인, 운영 부담, 보안, 채용, 유지보수에 영향을 준다.
그런데 실험은 흥미로운 장면을 보여준다. 유명 제품이 많이 언급된다고 실제 채택되는 것은 아니었다. PayPal은 결제 서비스 후보로 139회 언급됐지만 선택은 0회였고, LangChain도 194회 언급 중 4회만 선택됐다.2
AI가 어떤 도구를 언급했다는 사실과 실제로 적합하다는 사실은 다르다.
이건 검증의 문제다.
AI 에이전트의 추천은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니다.
앞으로 개발자의 역할은 선택 기준을 설계하는 일이다
에이전틱 AI가 코드를 쓰기 시작하면 개발자는 사라질까.
이 질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AI가 선택한 도구를 어떤 기준으로 승인할 것인가?
앞으로 개발자와 기획자에게 필요한 능력은 도구 이름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다. 선택 기준을 명시하는 능력이다.
비용이 예측 가능한가
팀이 운영할 수 있는가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되는가
규제나 보안 요구에 맞는가
장기 유지보수 위험은 어떤가
교체 가능성은 있는가
현재 코드베이스와 자연스럽게 맞는가
이 기준이 없으면 AI 에이전트는 그럴듯한 선택을 한다. 하지만 그 선택이 조직에 맞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프롬프트보다 중요한 것은 작업 조건의 설계다.
좋은 지시는 이렇게 바뀐다.
좋은 DB 붙여줘.
이 아니라,
월 5만 MAU까지 비용이 예측 가능하고,
한국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섞일 수 있으니 데이터 위치와 접근권한을 확인하고,
우리 팀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의 managed DB 중에서,
현재 Next.js 구조와 가장 충돌이 적은 후보 2개를 비교한 뒤 추천해줘.
이렇게 되어야 한다.
벤더에게도 새로운 SEO가 생긴다
이 실험은 개발자뿐 아니라 도구를 파는 회사에게도 중요하다.
사람이 검색해서 고르던 시대에는 검색엔진과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보이는 것이 중요했다. 이제는 AI 에이전트가 문서를 읽고 비교하고 설치한다.
그러면 제품 문서는 사람뿐 아니라 에이전트에게도 읽혀야 한다.
가격, 제한, SDK, 예제, 마이그레이션, 보안, 실패 조건, 비교표가 명확해야 한다. 애매한 문구는 AI에게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다.
Armature 실험에서도 제품 페이지의 요금·기능 표현이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Supabase는 데이터베이스만 필요한 상황에서도 여러 기능을 묶은 BaaS 요금 구조가 부각되며 불리해졌고, Mailgun은 무료 플랜의 1일 보관 기간이 확인되며 Postmark에 자주 밀렸다.2
AI 시대의 문서는 마케팅 자료가 아니라 에이전트가 읽는 업무 지시서에 가까워진다.
결론: 에이전트의 선택을 비교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AI 에이전트가 도구를 고르는 시대가 오고 있다.
하지만 그 선택은 중립적이지 않다. 에이전트마다 탐색 방식이 다르고, 사전 지식이 다르고, 구현 습관이 다르다. 같은 문제에서도 다른 답이 나온다.
그래서 앞으로 중요한 능력은 하나의 AI에게 정답을 받는 능력이 아니다.
복수의 에이전트가 낸 추천을 비교하고, 조직의 기준에 맞게 선택하고, 그 선택을 검증하는 능력이다.
AI 에이전트도 취향이 있다.
그러니 사람은 취향 없는 심판이 아니라, 더 분명한 기준을 가진 편집자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