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RISE·ANCHOR 점검: 런케이션은 정주 전략이 될 수 있을까
오늘의 핵심
제주 RISE가 ANCHOR(RISE) 체계로 넘어가며 흥미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는 2026년 2차년도 사업을 627억 원 규모로 확대하고, 제주대·제주관광대·제주한라대 3개 참여대학을 중심으로 5극3특 공유대학, 런케이션, 지역 전략산업 과제를 묶어 재구조화했다.1
숫자만 보면 흔한 재정지원사업 기사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대학컨설팅 관점에서 보면 이 이슈의 핵심은 조금 다르다. 제주는 관광이라는 강한 지역 브랜드를 갖고 있지만, 청년 유출과 산업구조 편중이라는 오래된 숙제도 함께 안고 있다. 그래서 제주형 [[런케이션]]은 “제주에 와서 배우는 프로그램”에서 끝나면 안 된다. 배움이 체류로, 체류가 산업 과제로, 산업 과제가 지역정주로 이어져야 한다.
왜 대학전략 관점에서 중요한가
RISE와 ANCHOR의 차이는 이름의 문제가 아니다. RISE가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라면, ANCHOR는 그 지원체계를 학생·인재·산업 수요 쪽으로 더 강하게 당기는 정책 언어에 가깝다. 대학 입장에서는 “어떤 사업비를 받았는가”보다 “그 사업비로 어떤 운영 구조를 만들었는가”가 더 중요해진다.
제주 사례가 좋은 테스트베드인 이유는 지역산업의 얼굴이 비교적 분명하기 때문이다. 관광, 바이오, 에너지, 우주, 디지털 헬스케어, AX 같은 키워드가 흩어져 있지만, 이 키워드들은 결국 한 질문으로 모인다.
제주에서 배우는 사람이 제주에서 일하고, 혹은 제주와 계속 연결될 이유가 있는가?
한국대학신문은 제주 RISE 1차년도에 지·산·학·연 협의체 20개, 융복합 교육과정 기반 인재양성 5,124명, 런케이션 프로그램 91건·참여자 3,473명, 전략산업 R&D 41건이 추진됐다고 정리했다.1 이 수치는 성과의 출발점이다. 다만 대학경영 관점에서는 참여자 수보다 참여 이후의 경로가 더 중요하다. 프로그램을 들은 학생이 어떤 프로젝트를 했고, 어떤 기업·기관과 연결됐으며, 졸업 뒤 어떤 선택을 했는지까지 추적해야 한다.
정책·교육과정·지역연계 포인트
제주도는 기존 5개 프로젝트·8개 단위과제를 5개 프로젝트·9개 단위과제로 재편하면서 “5극3특 공유대학 핵심인재 양성사업”을 새 단위과제로 넣었다고 보도됐다.1 제주대는 에너지, 제주관광대는 관광, 제주한라대는 우주 특성화 분야를 맡고, 공동 분야로 바이오를 설정했다.
여기서 공유대학의 성패는 “공동 교육과정이 몇 개 열렸는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좋은 공유대학은 세 가지를 같이 설계한다.
- 학생이 다른 대학의 강좌와 장비를 실제로 쓸 수 있는 학사 운영
- 지역기업·기관이 과제를 내고 학생이 해결하는 프로젝트 구조
- 수료 이후 취업, 창업, 연구, 재교육으로 이어지는 성과환류 체계
제주관광대 사례는 관광+AX라는 방향을 전면에 세운다. 보도에 따르면 제주관광대는 런케이션을 단기 체험에서 장기체류형 J-VET 공동학위 기반 모델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내놨고, Learn-Net AI 온라인 플랫폼과 채용 확정형 Co-op, 외국인 인재 정주 지원 체계 등을 함께 제시했다.2 표현은 다소 홍보적이지만, 방향 자체는 대학전략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 관광 특성화대학이 관광을 행사 산업으로만 보지 않고, 교육과정·현장실습·외국인 인재·지역기업 매칭을 하나의 운영모델로 묶으려 하기 때문이다.
제주한라대 사례는 AI·DX와 글로벌 정주 모델 쪽에 무게가 있다. 보도는 제주한라대가 AI융합전공 5개 트랙, STUDY JEJU, 해외 인재 유치와 정주 지원, AI VFX 런케이션, 치유·웰니스 평생직업교육을 연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3 이 역시 중요한 포인트는 “AI 교육을 한다”가 아니다. AI 교육이 지역 문제 해결, 산업 과제, 산학협력, 정주 경로와 붙어 있는지가 핵심이다.
학생·학부모가 확인할 것
이 글은 입시 상담 글은 아니지만,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확인할 지점은 있다. 지역대학의 RISE·ANCHOR 사업은 앞으로 학과 선택과 학생 경험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첫째, 학교가 내세우는 특성화 분야가 실제 교육과정으로 내려왔는지 봐야 한다. “AI”, “글로벌”, “관광”, “우주”라는 단어가 홍보 문구에만 있는지, 아니면 전공 트랙, 교과목, 캡스톤, 현장실습, 비교과, 마이크로디그리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지역기업·기관과의 연결이 일회성 행사인지 봐야 한다. 협약 사진은 많아도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적으면 체감은 약하다. 반대로 기업 과제, Co-op, 실습실, 연구센터, 창업지원이 연결되어 있으면 학생 경험은 달라진다.
셋째, 정주를 말하는 대학이라면 졸업 후 경로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취업률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느 산업으로 진출하는지, 지역에 남는 학생의 비율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외국인 유학생은 비자·한국어·취업 지원을 어떻게 받는지까지 봐야 한다. 이때 필요한 지표가 정주율이고, 그 지표를 실제 개선으로 되돌리는 장치가 실행지표다.
대학컨설팅 관점에서 보는 전략
제주형 RISE·ANCHOR의 전략적 쟁점은 “런케이션을 얼마나 크게 하느냐”가 아니다. 런케이션이 제주다운 정주형 인재양성 모델로 진화할 수 있느냐다.
런케이션은 자칫하면 제주라는 장소성에 기대는 체험 프로그램이 되기 쉽다. 며칠 머물고, 몇 개 특강을 듣고, 사진을 남기는 방식이다. 그 자체도 나쁘지는 않지만, 대학전략으로는 약하다. 대학이 진짜로 설계해야 할 것은 더 길고 질긴 경로다.
- 타 지역 학생이 제주에서 학점을 듣는 경로
- 지역기업이 실제 과제를 내고 학생이 해결하는 경로
-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어, 직무, 비자, 취업을 거쳐 지역에 남는 경로
- 성인학습자가 지역산업 전환에 맞춰 다시 배우는 경로
- 대학별 특성화가 경쟁이 아니라 분업으로 작동하는 경로
이 경로가 연결되면 런케이션은 관광형 교육상품을 넘어선다. 제주 전체를 캠퍼스로 쓰는 고등교육 운영모델이 된다. 반대로 이 경로가 끊기면 사업명은 화려해도 성과는 행사 실적에 머문다.
필자의 대학컨설팅 관점에서 제주가 특히 조심해야 할 위험은 두 가지다. 하나는 “관광+AI”가 너무 넓은 구호가 되는 것이다. AX를 말하려면 어떤 직무가 바뀌는지, 어떤 데이터를 다루는지, 어떤 지역기업 문제가 해결되는지를 교육과정 안에 넣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3개 대학의 역할 분담이 병렬 목록에 그치는 것이다. 제주대·제주관광대·제주한라대가 각자 잘하는 것만 말하면 공유대학이 아니다. 학생 이동, 장비 공유, 공동 학위·학점, 공동 성과관리까지 묶여야 한다.
결국 제주 RISE·ANCHOR의 관전 포인트는 명확하다. 627억 원의 예산이 큰가 작은가보다, 그 돈이 제주에서 배우고 일하고 남는 경로를 얼마나 촘촘하게 만드는가다. 그 답은 내년 보도자료의 행사 건수가 아니라, 학생의 포트폴리오와 기업 프로젝트, 졸업 후 이동 경로, 그리고 대학 간 공동 운영 데이터에서 나올 것이다.
확인한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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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앵커 선도대학을 가다/제주RISE센터] 런케이션에서 정주 혁신까지… 제주형 인재양성 청사진 제시」, 2026.07.03.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94278 ↩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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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앵커 선도대학을 가다/제주관광대학교] ‘관광+AX’로 그리는 제주의 미래 ‘글로벌 런케이션 중심 ANCHOR 대학으로 도약」, 2026.07.03.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940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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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앵커 선도대학을 가다/제주한라대학교] 미래 신산업부터 글로벌 인재, 지역특화산업까지… 제주형 인재양성 선순환 모델 구축」, 2026.07.03.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941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