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션4 메모: AI와 디지털 전환은 왜 항상 생산성을 높이지 않는가
세션4 메모: AI와 디지털 전환은 왜 항상 생산성을 높이지 않는가
세션4는 AI와 디지털 전환에 대한 낙관론을 조금 차분하게 식히는 세션이었다. 생성형 AI를 쓰면 생산성이 오를까? AI 산업정책은 기업의 녹색혁신을 촉진할까? 디지털 전환은 서비스무역을 더 자유롭게 만들까?
답은 모두 “그럴 수 있지만, 조건이 중요하다”에 가깝다.
세션4에서 다룬 발표는 다음 세 가지였다.
| 발표 | 핵심 주제 |
|---|---|
| 발표1 | 생성형 AI 활용 유형이 미디어·노동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 |
| 발표2 | 인공지능 선도구 정책이 기업의 녹색혁신에 미치는 영향 |
| 발표3 | 디지털 무역장벽이 한국의 서비스 무역에 미치는 영향 |
세 발표를 관통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AI와 디지털화는 왜 어떤 곳에서는 생산성을 높이고, 어떤 곳에서는 혁신을 지연시키며, 또 어떤 곳에서는 무역장벽이 되는가?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AI와 디지털화는 방향을 정해주는 힘이 아니라,
기존 제도와 자원 구조를 증폭하는 힘이다.
1. AI 격차는 사용 여부가 아니라 활용 유형의 문제다
첫 번째 발표는 「생성형 AI 활용 유형이 미디어·노동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다. 2025 한국미디어패널 자료를 활용해 개인의 AI 인지, AI 이용, 미디어 이용, 업무·학습 시간, 소득 등을 분석한 연구다.
이 발표의 핵심은 “AI를 쓰는가/안 쓰는가”가 아니라 어떤 유형으로 쓰는가다.
연구 질문
발표의 질문은 대략 세 가지로 정리된다.
- 생성형 AI 활용과 미디어 이용, 업무·학습 시간 구조를 기준으로 어떤 사용자 유형이 도출되는가?
- 유형 간 미디어 생산성과 소득 차이는 얼마나 큰가?
- 취업 여부를 통제하면 AI 활용과 소득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데이터와 방법
연구는 2025 한국미디어패널 조사를 사용한다. 응답자는 8,411명이다.
주요 변수는 다음과 같다.
- AI 인지 수준
- AI 이용 여부
- AI 활용 강도
- 업무·학습 미디어 시간
- 디지털 매체 이용 시간
- 미디어 생산성 비율
- 소득
- 취업 여부, 성별, 연령 등 통제변수
방법은 잠재프로파일분석, 즉 LPA다. BIC와 Entropy 기준으로 6개 프로파일을 선택했고, 이후 프로파일별 미디어 생산성과 소득 차이를 회귀분석으로 검증했다.
6개 사용자 유형
도출된 유형은 다음과 같다.
| 유형 | 비중 | 특징 |
|---|---|---|
| P1 일반 미디어 이용형 | 33.2% | 평균적 미디어 이용자 |
| P4 디지털 소외형 | 20.7% | AI 인지·이용·디지털 시간 모두 낮음 |
| P6 AI 활용 노동형 | 17.2% | AI를 업무와 연결해 사용하는 집단 |
| P5 AI 인지 미사용형 | 12.6% | AI를 알지만 실제 사용은 낮음 |
| P3 고생산형 미사용형 | 8.4% | AI를 쓰지 않아도 생산성이 높은 집단 |
| P2 AI 적극활용 고생산형 | 7.9% | AI 이용률과 업무·학습 시간이 모두 높음 |
가장 극적인 대비는 P2와 P4다. P2는 AI 이용률이 거의 100%이고 업무·학습 시간이 높다. 반면 P4는 AI 이용률이 0%이고 디지털 이용 시간도 매우 낮다. 두 집단의 미디어 생산성 격차는 Cohen’s d = 6.63으로 매우 크다.
핵심 결과
미디어 생산성 회귀에서는 P3 고생산형 미사용형과 P2 AI 적극활용형이 모두 높은 효과를 보인다.
| 유형 | 미디어 생산성 효과 |
|---|---|
| P3 고생산형 미사용형 | +0.431*** |
| P2 AI 적극활용형 | +0.374*** |
| P6 AI 활용 노동형 | +0.076*** |
| P5 AI 인지 미사용형 | +0.046*** |
| P4 디지털 소외형 | 유의하지 않음 |
이 결과가 중요하다. 생산성은 단순히 AI 사용 여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AI를 쓰지 않아도 고생산형인 집단이 있고, AI 사용자 안에서도 생산성 수준은 다르다.
소득 분석은 더 흥미롭다. 기본모형에서는 AI 적극활용형과 고생산형의 소득이 높고, 디지털 소외형은 낮다. 하지만 취업 여부를 통제하면 격차가 크게 줄어든다. 특히 P4 디지털 소외형의 음의 효과는 거의 사라진다.
즉 AI 활용과 소득의 관계 상당 부분은 노동시장 지위와 연결되어 있다.
시사점
이 발표의 메시지는 단순한 AI 교육론보다 넓다.
AI 격차는 기기 접근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 구조와 일자리 구조의 문제다.
AI를 잘 쓰는 사람은 이미 업무·학습 시간이 많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며, 노동시장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디지털 소외는 기술 부족만이 아니라 일자리, 시간, 소득 구조와 연결된다.
따라서 정책도 단순히 “AI 사용법을 가르치자”에서 멈추면 부족하다. AI 교육, 노동시장 진입 지원, 직무 재설계, 디지털 소외층 맞춤형 역량 강화가 함께 가야 한다.
2. AI 정책은 녹색혁신을 밀어낼 수 있다
두 번째 발표는 「인공지능 선도구 정책이 기업의 녹색혁신에 미치는 영향」이다.
보통은 AI 산업정책이 혁신을 촉진한다고 기대한다. AI가 기업의 데이터 활용, 공정 최적화, R&D 효율을 높이면 녹색혁신에도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발표는 더 불편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AI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녹색혁신을 줄일 수 있다.
연구 질문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 중국 AI 선도구 정책은 기업의 녹색특허 출원을 늘리는가?
- 정책이 기업의 자원을 AI·디지털 전환 쪽으로 이동시켜 녹색 R&D를 줄이는가?
- CBAM 같은 외부 탄소 압력은 이 효과를 완화하거나 강화하는가?
데이터와 방법
연구는 중국 상하이·선전 A주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분석 기간은 2011~2024년이고, 최종 표본은 4,531개 기업, 42,577개 기업-연도 관측치다.
방법은 시차도입 이중차분, 즉 staggered DID다. 기본 two-way fixed effects 외에도 Sun-Abraham 이벤트스터디, Callaway-Sant’Anna CS-DID, 위약검정, 대체 종속변수, PSM-DID, entropy balancing 등을 사용해 강건성을 확인했다.
주요 변수는 다음과 같다.
| 구분 | 변수 | 의미 |
|---|---|---|
| 종속변수 | gi | 녹색특허 기반 녹색혁신 지표 |
| 핵심 변수 | ai | AI 선도구 정책 처리 더미 |
| 메커니즘 | fix | 전용성 고정자산 / 총자산 |
| 메커니즘 | tech | 기술인력 비중 또는 기술집약도 |
| 조절 | cbam | 외부 탄소압력 관련 변수 |
핵심 결과
기준회귀에서 AI 정책 변수는 일관되게 음의 계수를 보인다.
| 모형 | ai 계수 |
|---|---|
| 기본모형 | -0.0867*** |
| 통제 포함 | -0.1075*** |
| 추가 고정효과 | -0.1074*** |
즉 AI 선도구 정책은 적어도 단기적으로 기업의 녹색혁신을 늘리기보다 줄이는 방향으로 나타난다. 효과 크기는 대략 10% 안팎의 감소로 해석된다.
동태효과 분석에서도 정책 이전에는 평행추세가 대체로 충족되고, 정책 이후에는 음의 효과가 나타난다. CS-DID 결과도 전체 ATT가 -0.0846으로 유의하다.
강건성 검정도 결과를 지지한다.
- 위약검정 500회에서 실제 계수는 왼쪽 꼬리에 위치
- 대체 녹색혁신 지표에서도 음의 효과 유지
- 탄소배출권, 빅데이터구 등 동시기 정책 통제 후에도 결과 유지
- PSM-DID, entropy balancing에서도 유사한 계수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발표의 해석은 자원 재배분이다. AI 정책이 기업의 자원과 관심을 AI 전환 쪽으로 이동시키면서 녹색혁신에 필요한 전용자산과 기술인력 투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메커니즘 분석에서는 AI 정책이 fix와 tech에 음의 영향을 주고, fix와 tech는 녹색혁신에 양의 영향을 준다. 즉 녹색혁신에 필요한 자원이 줄어들면서 녹색특허가 감소하는 구조다.
이질성도 있다.
| 구분 | 효과 |
|---|---|
| 자금제약 낮은 기업 | -0.1570*** |
| 자금제약 높은 기업 | -0.0683* |
| 중·서부 지역 | -0.279*** |
| 동부 지역 | -0.0616* |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일수록 AI 전환에 더 빠르게 자원을 이동시키며, 이 과정에서 녹색 R&D가 더 강하게 밀려날 수 있다. 보완자원이 부족한 중·서부 지역에서도 부정적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
시사점
이 발표는 AI 정책을 더 정교하게 봐야 한다고 말한다.
AI 혁신과 녹색혁신은 자동으로 보완되지 않는다.
정책이 한쪽 혁신을 밀어주면, 다른 혁신의 자원을 잠식할 수 있다.
따라서 AI 보조금과 녹색 R&D 보조금을 따로 설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I 전환과 녹색혁신을 함께 묶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AI 기반 에너지 효율화, 탄소데이터 관리, 녹색공정 최적화, 녹색특허 연계 R&D 같은 방향이어야 한다.
3. 디지털 규제는 새로운 서비스무역 장벽이다
세 번째 발표는 「디지털 무역장벽이 한국의 서비스 무역에 미치는 영향」이다.
디지털 전환은 서비스무역을 확장시킨다. 데이터 이동, 클라우드, 전자결제, 플랫폼, 원격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국경을 넘는 서비스 거래가 쉬워진다. 하지만 동시에 디지털 규제는 새로운 무역장벽이 된다.
연구 질문
핵심 연구문제는 명확하다.
교역상대국의 디지털서비스무역제한지수, DSTRI가 상승하면 한국의 서비스 수입은 감소하는가?
DSTRI는 OECD의 Digital Services Trade Restrictiveness Index다. 0은 완전개방, 1은 완전제한을 뜻한다. 데이터 흐름 규제, 전자거래 규제, 결제 규제, 플랫폼 접근 제한 같은 요소가 포함된다.
데이터와 방법
연구는 2014~2023년 한국과 서비스무역을 하는 상위 30개국을 대상으로 한다. 총 300개 국가-연도 관측치다.
| 구분 | 내용 |
|---|---|
| 종속변수 | 상대국 → 한국 양자 서비스 수입액, log |
| 핵심 변수 | 상대국 DSTRI |
| 통제변수 | 한국·상대국 1인당 GDP, 상대국 인구, 인터넷 이용률, 거리, 규제품질 |
| 방법 | 중력모형, 고정효과모형 |
| 강건성 | Hausman-Taylor, lagged FE, FE-2SLS |
핵심 결과
DSTRI는 한국의 서비스 수입에 유의한 음의 영향을 준다.
| 모형 | DSTRI 계수 |
|---|---|
| FE | -0.574*** |
| RE | -0.820*** |
| Hausman-Taylor | -0.656*** |
| Lagged FE | -0.752*** |
| FE-2SLS | -1.230*** |
상대국의 디지털 규제가 높아질수록 한국의 서비스 수입은 줄어든다. 데이터 흐름, 전자거래, 결제, 플랫폼 접근이 제한되면 서비스 거래 비용이 증가하고, 거래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강건성 검정에서도 결론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자기상관, 시차효과, 내생성 통제 이후에도 DSTRI의 음의 효과는 남는다.
시사점
이 발표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디지털 시대의 무역장벽은 관세만이 아니다.
데이터, 전자결제, 플랫폼 접근, 규제투명성이 새로운 장벽이다.
한국처럼 서비스무역과 디지털 교역 확대가 중요한 국가에는 꽤 실무적인 시사점이 있다. 디지털무역장벽 완화, 규제 투명성 제고, 데이터 이동 규범, 전자상거래 협정, 디지털통상 협력 같은 의제가 실제 서비스무역 흐름에 영향을 준다.
4. 세 발표를 관통하는 키워드: 조건부 디지털 전환
세션4의 세 발표는 모두 기술 낙관론을 조건부로 바꾼다.
| 발표 | 흔한 기대 | 실제 메시지 |
|---|---|---|
| 생성형 AI 활용 유형 | AI를 쓰면 생산성이 오른다 | 생산성은 AI 활용 유형, 시간 구조, 노동시장 지위에 따라 달라진다 |
| AI 선도구 정책과 녹색혁신 | AI 정책은 혁신을 촉진한다 | AI 정책은 단기적으로 녹색혁신 자원을 밀어낼 수 있다 |
| 디지털 무역장벽 | 디지털화는 서비스무역을 넓힌다 | 디지털 규제는 새로운 서비스무역 장벽이 된다 |
이 세 발표를 묶으면 생산성 논의에서 중요한 전환이 보인다.
AI와 디지털 전환은 그 자체로 답이 아니다.
개인에게는 역량과 노동조건,
기업에게는 자원 배분과 정책 설계,
국가 간 거래에는 규제 환경이 함께 작동한다.
같은 AI라도 누구에게는 생산성 도구가 되고, 누구에게는 격차를 더 크게 만드는 도구가 된다. 같은 AI 정책이라도 어떤 기업에게는 전환의 기회가 되고, 어떤 혁신영역에는 자원 잠식이 된다. 같은 디지털화라도 국경을 넘는 서비스 거래를 열어주기도 하고, 규제 형태로 닫아버리기도 한다.
5. 기술정책의 핵심은 보완조건 설계다
세션4를 듣고 가장 강하게 남은 생각은 이것이다.
기술은 자동으로 생산성을 만들지 않는다. 생산성은 기술을 둘러싼 보완조건에서 나온다.
개인 수준에서는 AI 교육만으로 부족하다. AI를 쓸 수 있는 시간, 직무, 일자리, 디지털 환경이 있어야 한다. 기업 수준에서는 AI 전환과 녹색혁신이 충돌하지 않도록 R&D 인센티브를 설계해야 한다. 국가 간 거래에서는 디지털 연결성만이 아니라 규제협력과 데이터 이동 규범이 필요하다.
그래서 질문도 바뀌어야 한다.
- AI를 쓰는가?
- AI 정책을 도입했는가?
- 디지털 전환을 했는가?
이 질문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 누가 어떤 조건에서 AI를 쓰는가?
- AI 정책이 어떤 혁신 자원을 밀어내는가?
- 디지털 규제가 어떤 거래를 막고 있는가?
AI와 디지털화는 강력한 힘이다. 하지만 그 힘은 중립적이지 않다. 기존의 노동시장, 기업 자원, 지역 격차, 규제 구조를 타고 흐른다.
결국 생산성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세션4는 그걸 개인, 기업, 국가 간 거래라는 세 수준에서 보여준 세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