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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쓴 글이 문제가 아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글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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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글쓰기의 기준은 사용량이 아니라 인간의 이해·판단·근거·책임이다.

AI로 쓴 글이 문제가 아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글이 문제다

AI로 쓴 글은 문제일까.

질문이 조금 잘못됐다.

진짜 문제는 AI가 썼느냐가 아니다. 아무도 이해하지 않고, 검증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 글이 문제다.

Ahrefs는 최근 흥미로운 글을 공개했다. 자신들은 모든 글에 어떤 방식으로든 AI를 사용하고, 조사·개요·초안·팩트체크까지 6~12분 안에 처리하는 파이프라인도 갖췄지만, 그것을 수만 개의 글을 자동 발행하는 데 쓰지는 않는다고 말한다.1

그리고 AI slop을 이렇게 정의한다.

AI slop is content published without enough human understanding, judgement, evidence, or original contribution to justify the reader’s attention.1

번역하면 이렇다.

AI 슬롭은 독자의 주의를 요구할 만큼의 인간의 이해, 판단, 근거, 독창적 기여 없이 발행된 콘텐츠다.

이 정의가 좋다.

AI 사용량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책임량이 문제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슬롭은 문체가 아니라 책임의 부재다

AI 글을 비판할 때 흔히 문체를 본다.

너무 매끄럽다.
상투어가 많다.
대시가 많다.
“A가 아니라 B” 구문이 반복된다.
어딘가 평균적인 말만 한다.

물론 이런 징후는 있다. 하지만 문체만 고친다고 좋은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Ahrefs의 표현처럼, 대시를 지우고 금지어를 없애도 더 깔끔한 AI slop이 될 수 있다.1

진짜 기준은 따로 있다.

쓴 사람이 주제를 이해했는가?
주장의 근거를 확인했는가?
자기 관점이 있는가?
독자에게 새로 주는 정보가 있는가?
틀렸을 때 책임질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AI를 조금 썼든 많이 썼든 슬롭이다.

반대로 AI를 많이 썼더라도 사람이 이해하고 검증하고 책임질 수 있다면, 그것은 도구를 활용한 글쓰기다.

AI는 창작자의 수고를 독자에게 떠넘길 수 있다

AI slop의 본질은 독자의 시간에 대한 무례다.

창작자가 해야 할 어려운 일을 건너뛴다.

조사하지 않는다.
반론을 보지 않는다.
사례를 확인하지 않는다.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지 않는다.
자기 경험이나 해석을 넣지 않는다.

대신 AI가 만든 매끄러운 문장을 발행한다.

그러면 창작자는 시간을 아낀다. 하지만 독자는 비용을 치른다. 이 글이 믿을 만한지, 어디까지 사실인지, 무엇이 새롭고 무엇이 반복인지 독자가 직접 걸러야 한다.

Ahrefs는 이것을 “slop transfers effort from the creator to the reader”라고 표현한다.1

이건 블로그 운영에서도 중요한 기준이다.

AI로 글을 빨리 쓰는 것은 좋다. 하지만 빨리 쓴 만큼 절약한 시간을 어디에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

더 많은 글을 찍어내는 데만 쓰면 콘텐츠 공장이 된다. 반대로 절약한 시간을 자료 확인, 사례 수집, 이미지, 데이터, 인터랙티브 요소, 내부 링크 정리에 쓰면 글의 수준이 올라간다.

초안 전에 사람이 해야 할 일

Ahrefs가 제안하는 방식에서 핵심은 초안 전 단계다.

AI에게 바로 “이 주제로 글 써줘”라고 하기 전에 사람이 먼저 정해야 할 것이 있다.

독자: 누구를 위한 글인가
약속: 읽고 나면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가
관점: 나는 무엇을 주장하려는가
근거: 어떤 주장에 출처가 필요한가
정보 이득: 기존 글에 없는 무엇을 더할 것인가

이 질문은 AI 리터러시와도 연결된다.

AI를 잘 쓰는 사람은 프롬프트를 길게 쓰는 사람이 아니다. AI에게 넘기기 전에 자신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아는 사람이다.

마크다운이 직원이다라는 말도 여기서 다시 의미가 생긴다. 마크다운은 AI에게 일을 맡기기 위한 파일일 수 있지만, 그 파일에는 사람의 관점과 기준이 들어가야 한다.

기준 없는 마크다운은 자동화된 쓰레기 생산 지시서가 될 수 있다.

판단 관문이 없으면 글은 자동으로 나빠진다

AI 파이프라인의 위험은 결과가 너무 빨리 나온다는 데 있다.

6분 만에 2,000단어짜리 초안이 나오면, 사람은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이 글을 쓸 필요가 있었나.
이 관점이 맞나.
이 섹션은 독자에게 도움이 되나.
근거가 부족하면 버려야 하지 않나.

이런 질문 대신 이미 나온 글을 고치기 시작한다. 매몰 비용이 생긴다.

그래서 Ahrefs는 아이디어, 개요, 근거, 초안 사이에 사람이 멈추고 판단하는 관문을 둔다.2

이 구조는 블로그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아이디어 관문: 새롭게 기여할 내용이 있는가
개요 관문: 글의 약속을 뒷받침하는가
근거 관문: 중요한 주장에 출처가 있는가
초안 관문: 과도한 확신과 빈말이 들어갔는가
발행 관문: 내 이름을 걸 수 있는가

검증은 발행 직전 오탈자 확인이 아니다. 글의 존재 이유를 계속 묻는 과정이다.

필자의 관점은 자동화할 수 없다

블로그 자동화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자산은 문체가 아니다.

필자의 관점이다.

AI는 인터넷에 있는 평균적인 설명을 빠르게 조합할 수 있다. 하지만 왜 지금 이 주제를 다뤄야 하는지, 내 독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내 경험과 업무 맥락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는 자동으로 알지 못한다.

재현의 블로그라면 특히 그렇다.

단순 AI 뉴스 요약은 많다. 하지만 대학컨설팅, 교육과정, 조직 운영, 책임 있는 자동화, 지식관리 관점으로 읽는 글은 드물다.

그 관점이 들어갈 때 AI 보조 글쓰기는 콘텐츠 공장이 아니라 디지털 가든이 된다.

결론: AI 사용량보다 책임량을 보자

앞으로 AI로 쓴 글은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면 질문도 바뀌어야 한다.

이 글은 AI가 썼는가?

보다

누가 이 글의 주장을 이해하는가?
누가 근거를 확인했는가?
누가 독자에게 새로 줄 것을 정했는가?
누가 틀렸을 때 고칠 책임을 지는가?

를 물어야 한다.

AI로 쓴 글이 문제가 아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글이 문제다.

AI 시대의 좋은 글쓰기는 인간이 사라지는 글쓰기가 아니다. 인간이 더 분명한 기준과 책임을 가지고 개입하는 글쓰기다.

참고자료

  1. Ahrefs, “How We Use AI for Every Article Without Making AI Slop”, 2026. https://ahrefs.com/blog/how-we-use-ai-without-making-ai-slop/  2 3 4

  2. GeekNews 요약, “모든 글에 AI를 쓰면서도 AI 슬롭을 피하는 방법”, 2026. https://news.hada.io/topic?id=33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