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Garden

AI는 해킹을 쉽게 만들었지만, 해커를 똑똑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AI는 해킹을 쉽게 만들었지만, 해커를 똑똑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AI 해킹은 공격의 속도와 규모를 키우지만, 공격자의 운영보안 실수까지 없애주지는 않는다.

신한은행 해킹 보도를 처음 보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AI로 간다.

중국산 AI 침투테스트 도구 ARTEX. Claude Code 세션. DeepSeek, GLM, Grok 같은 모델 이름. 여러 금융사를 동시에 두드린 흔적. 기사 제목만 보면 이제 금융권은 “AI 해커”에게 무방비로 당한 것처럼 보인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면 핵심을 놓친다.

이번 사건에서 더 흥미로운 장면은 따로 있다. 금융사를 턴 공격자가 정작 자신이 쓰던 서버와 AI 작업 흔적에는 단서를 남겼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공격자는 Claude Code에 보안 연구자 이력서 작성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이름 이니셜, 텔레그램 계정, 거주지 같은 신원 단서를 흘렸다. 또 공격 인프라의 공개 디렉터리와 마크다운 문서에서 추가 흔적이 나왔고, 그 계정은 중국계 DDoS 대행 조직 GodNet/VITAS의 커뮤니티 운영진과 연결된 정황까지 제기됐다.

이 사건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게 된다.

AI는 해킹을 쉽게 만들었지만, 해커를 똑똑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AI가 공격의 진입장벽을 낮춘 것은 맞다. 하지만 공격자가 운영보안까지 잘하게 만들어주지는 않았다. 더 중요한 건, AI가 뚫은 것도 “은행 전체”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관리가 덜 된 업무 시스템의 약한 접점이었다.

뚫린 것은 핵심 앱이 아니라 주변 업무 시스템이었다

신한은행 사고에서 유출된 정보는 약 2만5천 명 규모로 보도됐다. 고객명, 전화번호, 연소득, 대출 한도 같은 대출 관련 정보가 포함됐고, 일부 주민등록번호와 연계정보도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공격 대상이다.

보도에 따르면 공격은 고객들이 매일 쓰는 신한 슈퍼SOL 같은 로그인 기반 뱅킹 앱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다. 대출모집인이 대출 신청 현황을 조회하는 모바일 홈페이지, 즉 영업지원성 조회 서비스가 약한 고리였다. 외부 비인가자가 본인 확인 절차를 우회해 이 경로에 접근했고, 고객번호 같은 입력값을 바꿔가며 정보를 호출한 것으로 설명된다.

이 구조는 보안에서 자주 보는 패턴이다.

로그인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닐 수 있다. 문제는 로그인보다 뒤에 있다. 서버가 “이 요청자가 이 고객 정보를 볼 권한이 있는가”를 매번 확인해야 하는데, 그 검증이 약하면 입력값만 바꿔도 다른 사람의 정보가 보인다.

즉 이 사건은 단순히 인증의 문제가 아니라 [[인가]]의 문제다.

인증은 “너 누구야?”를 묻는다. 인가는 “네가 이걸 봐도 돼?”를 묻는다. 많은 시스템은 인증을 통과하면 인가를 대충 넘긴다. 내부 직원용, 모집인용, 협력사용 시스템일수록 더 그렇다. “어차피 정해진 사람이 쓰는 화면”이라는 전제가 깔린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그 전제가 약해진다. 공격자는 더 이상 한두 개 값을 손으로 바꿔보지 않는다. 자동화 도구와 에이전트를 붙여 수천, 수만 개의 입력값을 빠르게 시험한다.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던 업무용 조회 화면이 갑자기 대규모 공격 표면이 된다.

고객 앱만 보호해서는 부족하다. 대출모집인 페이지, 직원용 모바일 업무 시스템, 외주 개발자 페이지, 임시 조회 화면, 오래전에 만들어 둔 영업지원 도구가 모두 공격 표면이다.

ARTEX는 무엇을 바꿨나

이번 보도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이름은 ARTEX다. ARTEX는 중국어 기반으로 공개됐던 오픈소스 AI 자율 침투테스트 도구로 알려졌다. LLM을 연결해 자산을 탐색하고, 취약점을 분석하고, 공격 경로를 계획하고, 필요한 보안 도구를 실행하는 식의 구조다.

정상적인 보안팀이 쓰면 침투테스트 자동화 도구다. 공격자가 쓰면 자동화 해킹 도구가 된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도구 자체가 항상 악성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도구가 해킹 과정에서 필요한 판단과 반복 작업을 상당 부분 자동화한다는 데 있다.

예전에는 공격자가 직접 해야 했던 일이 많았다.

  • 어떤 서버가 열려 있는지 찾기
  • 어떤 입력값이 먹히는지 확인하기
  • 어떤 서비스가 고객번호를 받는지 추적하기
  • 실패하면 다른 경로를 시도하기
  • 결과를 보고 다음 행동을 정하기

AI 에이전트형 도구는 이 반복을 빠르게 만든다. 공격자는 모든 단계를 깊이 이해하지 못해도 된다. 목표와 범위를 주고, 중간 결과를 보고, 도구가 제안하는 다음 행동을 따라가면 된다.

그래서 AI 해킹의 무서움은 “새로운 천재 해커가 나타났다”가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낮은 숙련도로, 더 큰 규모의 탐색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보안업계와 언론은 ARTEX, DeepSeek, Claude Code, GLM, Grok 같은 도구가 함께 쓰였을 가능성을 보도했다. 다만 일부 보도는 “정황”과 “공식 확인”을 구분한다. 특정 서버에서 ARTEX 관련 문자열이 발견됐다는 것과, 실제 신한은행 공격의 모든 단계가 ARTEX로 수행됐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이 구분은 중요하다. AI가 들어갔다는 말은 쉽게 과장된다. 하지만 과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심각하다. AI가 공격의 속도와 규모를 키웠다는 것만으로도 금융권의 방어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해커도 AI를 쓰다가 흔적을 남겼다

이번 사건에서 블로그 글감으로 가장 강한 장면은 이 부분이다.

공격자는 AI 도구를 쓰면서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공격자는 AI 코딩 도구 Claude Code에 보안 연구자 이력서 작성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이름 이니셜, 텔레그램 계정, 거주지 등 개인정보를 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중국 광둥성에 거주하는 26세 인물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후 지목된 YY520CN 계정 사용자는 본인의 휴대전화 번호가 도용됐고 해킹과 무관하다는 취지로 부인한 것으로 보도됐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로그프레소는 텔레그램, 깃허브, 다크웹에 유출된 인증정보 등을 교차 분석해 추가 단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보안뉴스에 따르면 YY520CN 계정은 중국계 DDoS-for-hire 조직 GodNet/VITAS에서 회원을 관리하는 커뮤니티 감독관으로 식별됐다고 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 공격자는 AI 기반 도구를 사용한 정황이 있다.
  • 공격 인프라와 Claude Code 세션에서 신원 단서가 나왔다.
  • 특정 텔레그램 계정이 용의자로 지목됐다.
  • 해당 계정 사용자는 관련성을 부인했다.
  • 추가 분석에서는 그 계정이 중국계 해킹 조직 운영진과 연결된 정황이 나왔다.

아직 최종 수사 결과는 아니다. 단정하면 안 된다. 하지만 이 장면이 보여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AI는 공격자의 생산성을 올린다. 동시에 공격자의 작업 흔적도 더 많이 만든다. Claude Code 세션, 마크다운 문서, 프롬프트, 모델 호출 기록, 공개 디렉터리, 서버 콘솔 문자열. 공격자가 AI를 많이 쓸수록 남는 로그도 많아진다.

AI 시대의 공격자는 더 빠르게 움직인다. 하지만 더 많은 흔적을 남길 수도 있다.

“AI 해킹”보다 무서운 것은 사각지대다

이번 사건을 “AI 해킹 무섭다”로만 읽으면 방어 전략도 이상해진다. AI를 막자는 말로 끝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 실제로 드러난 약점은 더 구체적이다.

핵심은 사각지대다.

고객이 직접 쓰는 앱은 비교적 보안 투자를 많이 받는다. 인증도 강하고, 이상거래탐지도 붙고, 장애가 나면 바로 티가 난다. 하지만 직원용, 모집인용, 협력사용, 외주용, 내부 업무지원용 시스템은 다르다. 화면은 작고, 사용자는 제한적이고, “업무 편의”라는 명목으로 예외가 쌓인다.

그런데 공격자는 바로 그 예외를 본다.

이번 금융권 연쇄 사고 보도를 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고객 앱보다 주변 시스템이 많이 언급된다. 대출모집인용 서비스,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외주 개발자 정보가 노출된 웹페이지, 법인 고객 관련 시스템. 모두 조직 안에서는 “주변부”로 보일 수 있지만, 공격자에게는 입구다.

AI가 바꾼 것은 이 입구를 찾는 속도다.

과거에는 공격자가 한 조직을 오래 들여다봐야 했다. 이제는 AI 에이전트가 여러 도메인과 서비스를 빠르게 훑고, 입력값을 바꾸고, 오류 메시지를 읽고, 다음 시도를 제안할 수 있다. 보안팀이 미처 중요하게 보지 않았던 작은 조회 화면이 공격자에게는 자동화 가능한 실험장이 된다.

그래서 “AI 해킹 대응”의 출발점은 거창한 AI 방어 솔루션이 아닐 수 있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훨씬 지루하다.

  • 외부에서 접근 가능한 업무 시스템 목록을 만든다.
  • 인증만이 아니라 인가 검증을 확인한다.
  • 고객번호, 신청번호, 직원번호 같은 식별값을 바꿔도 다른 사람 정보가 보이지 않는지 테스트한다.
  • 대량 조회, 비정상 반복 호출, 순차 대입을 실시간으로 차단한다.
  • 모집인, 협력사, 외주 개발자 계정에 최소 권한을 적용한다.
  • 임시 페이지와 오래된 업무 시스템을 실제 운영 시스템처럼 관리한다.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보안은 대개 이런 데서 무너진다.

AI 에이전트는 공격자에게도 “업무 자동화”다

우리는 [[AI 에이전트]]를 업무 자동화 도구로 설명한다. 이메일을 정리하고, 문서를 만들고, 코드를 고치고, 고객 문의를 분류하는 도구로 말한다.

공격자 입장에서도 똑같다.

해킹은 그들에게도 업무다. 목표를 정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취약점을 찾고, 도구를 실행하고, 결과를 기록하고,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 이 루프는 AI 에이전트가 잘하는 형태와 닮아 있다.

그러니 AI 해킹은 완전히 새로운 장르라기보다 기존 공격 업무의 자동화다.

이 관점에서 보면 방어도 달라져야 한다. “AI 공격을 막는 AI”라는 구호보다 먼저, 시스템이 자동화된 반복 탐색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이 한두 번 잘못 누르는 것과 봇이 10만 번 값을 바꿔 누르는 것은 다르다. 정상 기능도 규모가 커지면 공격이 된다.

신한은행 사고에서 언급된 방식도 그렇다. 조회 기능 자체가 악성 기능은 아니다. 모집인이 대출 진행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정상 업무다. 문제는 그 정상 기능이 대량 자동 호출과 입력값 변조에 버티지 못했다는 점이다.

AI 시대의 보안은 “악성 코드가 들어왔는가”만 보면 안 된다. 정상 기능이 악성 속도로 사용되고 있는지도 봐야 한다.

해커의 실수는 방어자의 기회다

공격자가 Claude Code 세션에 단서를 남겼다는 보도는 약간 우스워 보인다. 금융사를 턴 사람이 자기 서버는 허술하게 관리했다니, 이야기로는 너무 좋다.

하지만 이걸 조롱으로 끝내면 아깝다. 방어자에게는 중요한 신호다.

AI를 쓰는 공격자는 도구, 모델, 프롬프트, 로그, 작업 파일, 세션 기록을 남긴다. 공격 인프라가 복잡해질수록 실수할 지점도 늘어난다. 특히 숙련도가 낮은 공격자가 AI 도구를 빌려 쓰는 경우, 운영보안은 도구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앞으로 보안팀이 봐야 할 것은 단순한 IP 목록만이 아니다.

  • AI 도구 콘솔 흔적
  • 프롬프트와 세션 파일
  • 마크다운 작업 기록
  • 오픈 디렉터리
  • 깃허브 저장소와 포크 흔적
  • 텔레그램 계정과 커뮤니티 연결
  • 도구가 생성한 자동화 스크립트 패턴

공격자가 AI를 쓰면 공격 속도는 빨라진다. 대신 방어자는 공격자의 작업 방식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이 싸움은 단순한 속도전이 아니라 흔적을 누가 더 잘 읽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의 진짜 교훈

이번 금융권 해킹은 “AI가 은행을 털었다”는 제목으로 소비되기 쉽다. 그 제목은 클릭은 잘 된다. 하지만 실무적으로는 덜 유용하다.

내가 보는 교훈은 세 가지다.

첫째, AI는 공격자의 반복 작업을 자동화한다. 그래서 과거에는 귀찮아서 안 하던 대량 탐색과 입력값 변조가 훨씬 쉬워진다.

둘째, 공격 표면은 핵심 앱보다 주변 업무 시스템에서 먼저 열린다. 고객용 앱, 코어뱅킹, 메인 인증 체계가 아니라 모집인용 조회 화면, 직원용 업무 시스템, 외주 페이지 같은 곳이 먼저 노출된다.

셋째, AI를 쓰는 공격자도 흔적을 남긴다. AI가 공격자를 더 빠르게 만들지만, 더 조심스럽게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도구 사용 기록과 세션 흔적이 새로운 추적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질문을 바꿔야 한다.

“AI 해킹을 어떻게 막을까?”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이거다.

우리 조직에서 외부에 열려 있는 작은 업무 시스템은 어디인가. 그리고 그 시스템은 AI가 10만 번 두드려도 버틸 수 있는가.

AI 시대의 보안은 모델 이름을 외우는 데서 시작하지 않는다. 조직 안의 낡은 조회 화면, 예외 권한, 임시 페이지, 협력사 접점, 로그 없는 자동화 경로를 다시 보는 데서 시작한다.

공격자는 더 빨라졌다. 하지만 마법사가 된 것은 아니다.

AI는 해킹을 쉽게 만들었다. 해커를 똑똑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틈이 방어자가 붙잡아야 할 기회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