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컨설팅을 없앤다더니, AI 회사는 컨설턴트를 찾는다
AI가 컨설팅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낯설지 않다. 자료 조사, 시장 분석, 보고서 초안, 발표자료 구성까지. 컨설턴트가 시간을 많이 쓰던 작업을 AI가 빠르게 처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AI를 만드는 회사들의 움직임은 조금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지난 5월 Reuters는 OpenAI와 Anthropic이 각각 사모펀드와 만든 합작법인을 통해 AI 도입을 지원하는 서비스 기업들의 인수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객사의 업무에 AI를 적용할 엔지니어와 컨설턴트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었다.
보도 당시에는 인수 협상 단계였으며, 두 회사는 논평을 거절했다. 따라서 이를 인수 완료나 현재의 사업 성과로 읽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이 보도에 담긴 문제의식은 지금도 생각해볼 만하다. 컨설팅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회사들이, 그 기술을 조직에 적용하기 위한 인력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모델을 만드는 역량과 조직에 적용하는 역량
좋은 모델을 제공하는 것과 고객이 그 모델로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모델은 문서를 읽고, 코드를 작성하고, 질문에 답할 수 있다. 하지만 고객 조직의 어떤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지까지 자동으로 정해주지는 않는다.
어느 부서의 업무를 바꿀 것인지, 필요한 데이터는 어디에 있는지, 누가 접근을 허용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기존 시스템과 연결하려면 기술적 제약을 살펴봐야 하고, 결과가 잘못됐을 때 처리할 담당자도 정해야 한다.
Reuters 보도 역시 기업별 데이터·시스템·업무 흐름에 맞게 AI를 조정하는 데 숙련된 서비스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고객사 안에 엔지니어를 투입해 소프트웨어를 구현하고 조정하는 Palantir의 방식과도 비교했다.
이 대목에서 AI 시장의 경쟁 단위를 다시 보게 된다. 모델의 성능과 가격만으로 끝나는 경쟁이 아니다. 고객 조직 안에서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능력도 필요하다.
보고서를 만드는 일은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고 “결국 컨설턴트는 대체되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넘어가고 싶지는 않다.
컨설팅 업무 중 AI가 상당 부분 처리할 수 있는 작업은 분명하다. 공개자료를 모으고, 유사 사례를 분류하고,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고, 보고서의 기본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이런 작업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기존에 많은 시간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작업의 가치가 유지되지는 않는다. 고객이 비슷한 결과물을 직접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컨설팅의 가격과 제공 방식도 영향을 받는다.
컨설턴트 입장에서는 불편하지만 필요한 질문이다.
내가 제공하는 가치가 자료를 대신 읽고 보기 좋게 정리하는 데 주로 있었다면, AI 이후에는 무엇을 더 제공할 수 있는가?
답을 “전문가의 통찰”이라는 말로 뭉뚱그려서는 부족하다. 어떤 판단을 했고, 그 판단으로 고객의 실행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업무를 바꾸려면 이해관계도 다뤄야 한다
조직의 업무는 문서에 적힌 절차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같은 자료를 여러 부서가 따로 관리하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불필요해 보이는 승인 단계가 감사나 책임 문제 때문에 남아 있을 수도 있다. 담당자가 새로운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도 단순한 기술 거부감이 아니라, 오류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집중되기 때문일 수 있다.
AI가 업무 개선안을 제안하더라도 이런 사정을 확인하고 조정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물론 AI도 인터뷰 분석이나 대안 비교를 도울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이 어떤 위험을 받아들일지 결정하고, 부서 간 역할을 합의하고, 실행에 필요한 자원을 배분하는 일에는 권한을 가진 사람의 판단이 들어간다.
그래서 AI 도입 지원은 도구 사용법을 설명하는 것보다 범위가 넓다. 데이터 정리, 시스템 통합, 업무 재설계, 담당자 교육, 성과 측정이 연결되어야 한다.
대학과 공공기관에서는 무엇이 달라질까
대학과 공공기관의 AI 도입도 비슷한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업계획서 작성 보조 기능을 만든다고 해보자. 기존 계획서를 학습 자료로 제공하고 초안을 생성하는 것까지는 비교적 쉽게 시연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업무에 사용하려면 질문이 늘어난다.
- 최신 사업 지침과 과거 지침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 학과·부서별 실적 수치가 다르면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
- 초안의 근거를 누가 확인할 것인가?
- 작성시간이 줄어든 만큼 검토 부담이 늘지는 않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문서 생성 기능은 생겨도 업무 방식은 그대로 남을 수 있다.
대학컨설팅에서도 AI 도구를 소개하거나 교육하는 것과, 대학의 업무에 정착시키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서별 자료 관리와 의사결정 구조를 이해하고, 실제로 바꿀 수 있는 업무 범위를 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기관 전체의 전환을 약속하기보다 업무 하나를 골라 현재 상태를 측정하는 편이 낫다. 요청부터 최종 검토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어디에서 재작업이 생기는지 확인한 뒤 AI 적용 전후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컨설팅의 산출물도 바뀌어야 한다
이런 변화가 이어진다면 컨설팅의 산출물 역시 달라져야 한다.
전략 보고서는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보고서에 실행 방향을 적는 것과, 고객이 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것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
AI 도입 과제라면 실행 가능한 업무 흐름, 데이터 관리 기준, 시험 사례, 승인 조건, 오류 대응 절차가 함께 남아야 한다. 과제가 끝난 뒤에도 고객이 운영하고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컨설턴트에게도 기술을 이해하는 능력이 더 필요해질 것이다. 모든 사람이 개발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구현할 수 없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려면 시스템의 제약을 알아야 하고,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조직에 적합하다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엔지니어링과 경영컨설팅 사이의 협업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AI 이후에도 남는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AI 회사들이 도입 지원 역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컨설팅 업계의 안전 신호로 읽기는 어렵다. 오히려 기존 컨설팅 업무가 재편되는 과정으로 보는 편이 맞다고 생각한다.
자료 조사와 초안 작성의 비용은 낮아질 수 있다. 동시에 고객의 데이터와 업무에 AI를 연결하고, 도입 효과를 확인하는 일의 비중은 커질 수 있다.
이 변화 속에서 컨설턴트가 해야 할 설명도 달라진다.
“좋은 보고서를 만들었다”를 넘어, 어떤 업무가 달라졌고 고객이 무엇을 스스로 운영할 수 있게 되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AI 회사가 컨설턴트를 찾는다는 사실보다 내가 더 주목하는 것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역할이다. 모델의 가능성을 설명하는 사람만으로는 부족하다. 고객 조직의 제약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작동하는 방식으로 구현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컨설팅을 하는 입장에서도 다음 과제의 범위와 산출물을 다시 살펴볼 이유가 생겼다.